보톡스에 대한 오해

병원에서 보톡스에 대한 상담을 하다 보면 참 다양한 질문들을 받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 가장 흔한 오해 세 가지에 대해서 설명해 보겠다.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이 글을 읽기 전에 보톡스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한 “보톡스와 필러” 편을 먼저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첫 번째로, 보톡스를 맞았는데 주름이 안 펴진다는 질문이다.

이마나 미간, 또는 눈가의 주름은 처음부터 생기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표정을 지을 때만 생기다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한 주름라인이 보일 듯 말 듯 잡히게 되고, 또 한참의 세월이 지나면 아무 표정을 짓지 않아도 보기 싫은 푹 파인 주름이 항상 또렷하게 보이게 된다.

처음과 두 번째의 주름은 보톡스 시술로 주름이 해결된다.

하지만 주름이 오래 되어서 마지막의 경우에 해당되는 환자들이 문제가 된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보톡스는 근육을 마비시키는 독이다.

미간에 깊게 패인 주름이 있는 사람에게 보톡스를 놔 주면 4-6개월간 찡그리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주름이 더 깊어지지는 않지만 그 오래된 주름이 쫙 펴지지도 않는다.

다만 진행이 멈추는 것이다.

그럼 주름이 펴지지도 않는데 뭐하러 맞냐고?

일단은 주름이 더 깊어지는 걸 멈추는데 목적이 있다.

에이, 겨우 6개월 늦춰봐야 별 차이 없지 않을까?

아니다, 6개월도 의미가 있다. 한번 시술로 내 주름은 평생 6개월 늦게 늙는다.

그럼, 이 환자가 6개월에 한번씩 꾸준히 3년을 맞는다면?

미간 주름이 깊어지는 걸 3년이나 늦출 수 있게 된다.

게다가 3년동안 미간을 찡그리지 않고 살면 그 깊던 주름이 실제로 펴지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보톡스는 ‘주름을 펴는 주사’가 아니라 찡그리지 못하게 해서 ‘주름이 깊어지지 않도록 하는 주사’이고, 꾸준히 맞다 보면 처음에는 깊었던 주름이 점차 호전된다.

두 번째로, 보톡스를 한번 맞으면 중독이 되어서 계속 맞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단, 보톡스는 술이나, 담배, 마약과 같은 의존성이 생기는 약물은 아니다.

그런데 중독이 된다니?

여기서 중독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짜 중독이 아니라 만족감으로 생각해야 된다.

항상 미간을 찡그리던 사람이 보톡스를 맞게 되면 평소에 찡그리던 습관이 일시적으로 없어지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상이 좋아졌다는 칭찬을 듣게 된다.

사각턱으로 인상이 강해 보이던 사람이 턱선이 가늘어져 소위 V라인이 되면 얼굴이 작아지고 예뻐졌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렇게 기분 좋게 6개월을 보내고 난 후, 어느날 거울을 보니 미간을 찡그리는 습관이 다시 나타나고 갸름했던 턱선이 다시 각이 져 보인다.

어떻게 할까?

만족감이 높았던 사람이라면 다시 시술을 받을 것이고, 별 감흥이 없었던 사람은 재 시술을 하지 않을 것이다.

보톡스 중독설과 비슷한 또 하나의 흔한 오해가 있다.

보톡스를 맞다가 안 맞으면 주름이 더 깊어진다는 낭설이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그렇지 않다. 한번을 맞든 꾸준히 여러번을 맞든 마지막 시술후 6개월이 지나면 최초 시술을 받기 전으로 돌아간다.

다만 없던 주름이 잡히니 예전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언론에서도 가끔 언급하는 보톡스에 대한 내성이다.

이는 오해라기 보다는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병원과 관련해서 여러분이 제일 흔하게 알고 있는 내성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유야 어찌 됐든 항생제 처방률이 높다보니 외국에 비해 내성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높아지면 뭐가 문제일까?

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갔는데 세균성 인후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항생제를 처방받아 복용했다. 그런데 감기가 낫지를 않는다. 오히려 점점 심해져서 폐렴이 되고 심하면 폐혈증이 와서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일반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소위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된다면 이럴 수 있다. 그래서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덜컥 겁부터 난다.

그렇다면 보톡스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 어떻게 되는 걸까?

자꾸 찡그리는 습관 때문에 몇 년 전부터 미간에 보톡스를 맞았다고 가정해 보자.

보톡스를 맞고부터 찡그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주위에서 인상이 부드러워졌다고 하고 나도 사람 만나서 얘기할 때 맘이 편하다.

그런데 어느날 평소처럼 단골병원에 가서 보톡스를 맞았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나도 모르게 예전처럼 찡그려진다.

원장님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한번 더 맞아보자고 해서 다시 시술을 받았는데 그래도 소용이 없다.

바로 이런 경우가 보톡스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경우이다.

그럼 이제 어쩌나?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의식적으로 찡그리지 않도록 노력하고, 주름이 다시 깊어지면 보톡스 외에 필러나 피부재생주사, 또는 레이저시술을 받을 수밖에...

하지만 죽고 못 살 일은 아니다.

물론 이런 내성이 질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보톡스 시술을 받는 환자에게서 발생했다면 좀 더 심각할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 보톡스를 치료 목적으로 시술받는 환자는 많지 않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사람이 내성이 무서워 처음부터 보톡스를 맞지 않았다면 본인의 미간 주름은 지금보다 훨씬 깊고 쭈글쭈글 했을 것이다.

덧붙여, 보톡스에 대한 내성은 그리 쉽게 오지 않는다.

의학 논문을 찾아보아도 아직까지 보톡스에 대한 내성이 몇 퍼센트에서 오는지 발표한 경우는 없다.

다만 자기 환자중에 내성이 생겼다고 보고한 몇몇 의사들의 케이스 레포트는 본 적이 있다.

보톡스가 출시된 지 20년이 다 되가고 해마다 수천만명이 시술을 받는 주사약인데 내성에 대한 통계를 내지 못한다면,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 내성이 겁나서 보톡스 시술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만큼 어리석은 기우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항생제에 대한 내성은 나에게 생기는게 아니라 박테리아가 가지는 것이라 내가 평소에 항생제를 남용하지 않아도 어쩌다 내성이 생긴 박테리아에 노출이 되면 위태로운 상황이 될 수 있으므로 걱정하고 고민해야 할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보톡스에 대한 내성은 최소 한두번 이라도 보톡스를 맞은 사람에게만 올 수 있다.

남들이 보톡스를 많이 맞든 적게 맞든 나하고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나한테 내성이 생기면 그냥 나만 효과가 없는 것이고 내 친구가 내성이 생겼다면 그 친구만 효과가 없는 것이다.

보톡스 시술을 많이 해서 내성이 생긴 사람들이 늘었다고 해도 이건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건 절대 아니란 말이다.